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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Chosun/네오조선 : TLP

박영효 원정(=탄원서)의 내용

TLP 소버런티에서 소재로 쓰고 있는 글이니 참고삼아 올려둔다.
줄친부분은 소버런티와 관련된 부분이고 괄호는 아르 주석.



승정원일기 1894년 8월1일 - 고전번역원 번역 중에서

죽을죄를 지은 신 박영효는 원통하고 절박한 사정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은 대대로 녹을 받아온 집안의 후예인데, 신의 부자(父子)와 형제에 이르러서는 특별히 총애를 받아 모두가 높은 벼슬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의 부자는 특별한 은혜에 감격하였으나 보답할 바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신의 아비 박원양(朴元陽)은 항상 신의 형제에게, ‘나라에 보답하려면 위험과 어려움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계하였습니다. 신은 나이가 어리고 식견이 얕아서 비록 그 말을 들었으나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다만 성은(聖恩)의 만에 하나라도 보답하자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고 사리에 맞는가 거슬리는가는 판단하지 못하였습니다.(라는 것은 사실 영효의 후일 행적을 보면 다 빈말이다. 영효도 광무년간이 되도록까지 끊임없이 왕권을 까고자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반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갑신년(1884) 겨울에 이르러 시사(時事)가 날로 어려워지고 나라의 형편이 점차 위태로워지는 것을 보고 걱정과 울분의 마음을 참을 수 없어 나라를 바로잡아 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을 바치기도 전에 악명(惡名)만 갑자기 덮어쓰고 말아 위로는 임금에게 걱정을 끼치고 아래로는 가문에 화가 미치게(그러니까 그 이유를 자기는 모른다는 것이다...) 하였으며, 부모 형제는 거의 다 죽고 이 한 몸만 다른 나라로 도망쳐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신이 지은 죄로 말할 것 같으면 잠시라도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목숨을 붙이고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신이 일생토록 지키기로 다짐한 마음은 푸른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번도 사실(이 뭔데 그러니까)을 밝히지 않고 스스로 구덩이에서 목을 맨다면 애매한 악명은 천 년이 지나도 씻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때문에 더러움과 수치를 참고 인내하며 보잘것없이 떠돌아다닌 지(라고 말하는 것치곤 그럭저럭 잘 살았지만) 거의 10년이 넘었습니다.
근래에 조정에서 정치와 교화를 갱신하여 과거의 허물을 탕척(蕩滌)해 주고 있다는 말을 삼가 듣고, 신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으며 연이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고국에 돌아가 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늘 가능하게 되었다고 여겼습니다. 이어 삼가 생각하기를, 신의 이번 걸음은 첫째는 단지 성상을 다시 우러러 뵙고서 신의 구구한 충정을 다 호소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부모 형제의 해골을 수습하여 장사 지내려는 것으로 이 소원만 이룰 수 있다면 비록 구렁텅이에 물러가 죽는다 하더라도 한스러울 것이 없다(는 것이 특히 새빨간 거짓말임은 이후 냉큼 금릉위 직첩과 내무대신 자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잘 알 수 있지 않은가...뭐, 소버런티에 말마따나 하고싶은 게 많았다고 해두자)고 여겼습니다. 신은 이미 임금에게 죄를 짓고 부모에게 화를 끼쳤으니, 다만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한 궁박한 사람일 뿐입니다.(불쌍한척 쩔긔) 그리하여 일본에서 타국살이하는 11년 동안 자면서도 편안할 수 없었고 먹으면서도 달게 여길 수 없었습니다. 또한 처자(妻子)를 두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데 참가하지 않으면서 밤낮으로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오직 우리 성상께서 헤아려 주시기를 바랐습니다.(그러니까 항상 근신만 하고 살았다고 말하기엔 그럭저럭 잘 살았다니까) 지금 성 밖에 와서 엎드려 있은 지가 이미 여러 날이 지났으나 깊은 대궐 속에 계시는 성상께 보잘것없는 정성이 전해지지 못하여 삼가 머리를 땅에 박고 엎드린 채 강 남쪽(성 밖의 별장에 안치되었다)에서 명을 기다립니다.
삼가 바라건대, 천지와 같고 부모와 같은 성상께서는 신의 괴로운 마음을 굽어보고 신에게 결코 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살피시어, 형벌을 맡은 관청으로 하여금 왕명을 어기고 도망친 죄를 의논하게 하소서. 도끼로 찍고 끓는 가마에 집어넣는 형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황공한 마음에 몸 둘 곳을 몰라 어떻게 아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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